하석미와 떠나는 무장애 여행지, '붉은빛과 푸른 바다, 칭다오를 네 바퀴로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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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미와 떠나는 무장애 여행지, '붉은빛과 푸른 바다, 칭다오를 네 바퀴로 건너다

"수십 개의 건물이 하나의 스크린이 된 칭다오의 밤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나는 여행을 떠날 때 모든 일정을 꼼꼼하게 짜는 편이 아니다.


숙소와 항공편을 예약하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만 확인한다. 어디를 먼저 갈지, 무엇을 먹을지는 현지에서 정한다. 미리 모든 것을 알고 가면 직접 부딪치며 느끼는 여행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 같아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생각하며 떠나는 편이다.

2026년 6월 5일, 남편과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칭다오를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가깝고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칭다오 맥주도 직접 마셔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준비하지 않은 여백이 설렘만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중국의 결제 방식과 지도 앱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탓에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여러 번 만났다.

작은 비행기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휠체어의 높이

칭다오 노선에는 비교적 작은 항공기가 운항한다. 내 전동휠체어의 높이 때문에 한 차례 항공편까지 바꿔야 했다. 휠체어의 높이와 폭, 길이, 무게, 배터리 종류를 항공사에 정확하게 알리고 화물칸에 실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등받이나 머리받이를 접을 수 있다면 접은 뒤의 높이까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

칭다오에 도착해서는 휠체어를 화물칸에서 꺼내지 못해 약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사진을 찍어 접는 부분을 체크해 보내며 등받이를 접는 방법을 설명한 뒤에야 겨우 휠체어를 받을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는 제품마다 수동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등받이를 접는 방식도 다르다. 언어가 다른 해외 공항에서는 말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휠체어의 수동 전환 방법과 등받이 접는 과정을 휴대전화로 미리 촬영해 두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어졌던 지하철 지원

공항에서 전동휠체어를 받은 뒤 숙소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칭다오 지하철에서는 역에 들어갈 때마다 공항처럼 가방 검사를 받아야 했다. 역마다 공안과 보안요원이 있어 처음에는 낯설었고, 이동할 때마다 검색 절차를 거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는 전동휠체어로 바로 건너기 어려운 간격과 높이 차이가 있었다. 표를 구입할 때 목적지를 보여주고 휠체어와 열차 사이를 가리키며 이동식 경사로를 요청했다. 현지에서는 이 경사로를 ‘페달’이라고 부른다.


"역에서 준비된 휠체어 이동식 경사로". ©하석미

"경사로를 따라 칭다오 지하철에 오르는 전동휠체어". ©하석미
영어로 소통하기 어려웠지만 직원들은 상황을 확인한 뒤 곧바로 경사로를 가져왔다. 출발역에서 요청하면 환승역과 도착역으로 정보가 전달됐고, 내릴 때에는 직원이 경사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여행자에게 이런 연결된 서비스는 무척 편리했다.

역을 옮길 때마다 같은 상황을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됐고,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계속 긴장하며 살피지 않아도 됐다. 출발역에서 요청한 정보가 도착역까지 이어지니 낯선 도시에서도 이동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공항에서 시작된 지하철 이동은 그렇게 숙소인 홀리데이 인 칭다오 시티센터까지 이어졌다.

첫 식사에서 놓친 알리페이 결제

숙소에 체크인한 뒤 조금 이른 식사를 하러 나갔다. 식당 입구에는 작은 턱이 있어 도움을 받아 들어갔다. 칭다오는 바다와 가까운 도시답게 해산물 요리가 많았다. 향이 강해 입에 잘 맞지 않는 음식도 있고, 맛있게 먹은 음식도 있었다.


'낯선 향과 새로운 맛으로 만난 칭다오의 음식". ©하석미
문제는 결제였다.

알리페이(결제 시스템)를 처음 사용한 나는 분명 결제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카드 사용 기록이 없었다.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 날 일부러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갔다. 번역 앱과 손짓으로 전날 먹은 음식값이 결제되지 않은 것 같으니 확인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장님도 결제가 된 것 같다고 했지만 다시 조회해 보더니 실제로 결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결제를 했다.

사장님은 무척 고마워하며 특별한 음료까지 주셨다.

주변에서는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굳이 다시 찾아가 결제할 필요까지 있었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생긴 작은 오해가 한국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 내가 먹은 음식값은 제대로 지불하고 싶었다.


"오사광장의 붉은 상징, ‘오월의 바람’ 앞에서". ©하석미
수십 개 건물이 하나의 화면이 된 오사광장

첫날 밤을 그냥 잘 수 없었다. 바로 나갔다. 그런데 그곳이 칭다오를 대표하는 오사광장이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붉은색 나선형 조형물 ‘오월의 바람’이 우뚝 서 있었고, 광장 바닥은 비교적 평탄해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렵지 않았다.

밤이 되자 예상하지 못한 규모의 풍경이 펼쳐졌다.

고층 건물 한두 곳에 조명이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수십 개의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처럼 연결돼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색과 그림이 건물에서 건물로 이어지며 움직였고, 그 빛은 바다 위에 길게 번졌다.


"수십 개의 건물이 하나의 스크린이 된 오사광장의 밤". ©하석미
처음 보는 스케일이었다.

사진 한 장으로는 끝에서 끝까지 담기 어려웠다. 붉은 조형물과 수십 개의 건물, 잔잔한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빛까지 한 장면 안에 들어왔다. 나는 해안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휠체어를 멈출 때마다 새로운 영상이 시작됐고, 조금 더 이동하면 바다에 비친 빛의 모양도 달라졌다.

차 한 잔 앞에서 다시 멈춘 알리페이

오사광장의 야경을 보고 기분 좋게 크루즈 카페에 들어갔다. 차 한 잔을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알리페이가 작동하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제가 되지 않았고, 직원과 말도 잘 통하지 않아 주문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때 직원이 다른 테이블에 있던 한국인 여행자를 데려왔다. 상황을 들은 그분은 자신의 알리페이로 대신 결제해 주었고, 나는 가지고 있던 한국 돈을 건넸다.(지금도 생각하면 감사하다.)

낯선 도시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곤란한 순간에 선뜻 도움까지 받아 더욱 고마웠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 해외 발행 신용카드를 앱에 연결할 수 있지만, 등록했다고 해서 모든 결제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알리페이 하나만 믿기보다 위챗페이와 신용카드, 현금 등 다른 결제수단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칭다오에서의 첫날은 작은 비행기와 전동휠체어의 높이에서 시작해 지하철 경사로와 알리페이 결제까지,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공항에서 숙소까지 무사히 이동했고, 오사광장에서는 수십 개의 건물이 하나의 화면이 되는 거대한 야경을 만났다. 차 한 잔을 포기하려던 순간에는 낯선 한국인 여행자의 도움으로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여행은 모든 것을 미리 알고 떠날 수 없기에 재미있다. 하지만 무엇을 현장에서 만날 것인지와 무엇을 출발 전에 준비해야 하는지는 다르다는 사실도 첫날부터 배웠다.

그렇게 오사광장의 붉은빛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칭다오 여행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다음 날에는 사용할 수 없는 구글지도 대신 머릿속에 남은 길을 따라 잔교를 찾아 나섰다. 해군박물관에서는 전동휠체어라는 이유로 길이 막혔고, 칭다오 맥주박물관에서는 다시 길이 열렸다.

같은 도시에서 만난 서로 다른 접근성, 그리고 말보다 빠르게 통했던 친구의 “슝~~~”까지~

– 다음 2편에서 계속 –

 

♿ 칭다오 무장애 여행 정보 ①

추천 코스

칭다오 자오둥국제공항 → 지하철 이동 → 홀리데이 인 칭다오 시티센터 → 시내 식당 → 오사광장 → 해안 산책로 → 크루즈 카페

 

✈ 전동휠체어 항공 탑승

• 항공권 예약 전 휠체어의 높이·폭·길이·무게와 배터리 종류를 항공사에 알리고 탑재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 등받이와 머리받이를 접은 뒤의 높이도 측정해 둔다.

• 배터리 관련 영문 서류를 준비한다.

• 수동 전환 방법과 등받이 접는 방법을 영상으로 촬영한다.

• 충전기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플러그를 챙긴다.

 

칭다오 지하철

• 지하철역에 들어갈 때 가방 검사 등 보안검색을 거친다.

•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간격이나 높이 차이가 있어 이동식 경사로가 필요할 수 있다.

• 표를 구입할 때 목적지를 보여주고 이동식 경사로를 요청한다.

• 출발역에서 요청하면 환승역과 도착역까지 지원 정보가 전달된다.

• 여행 당시 영문 장애인 관련 서류를 제시하고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했다.

• 동행인에게는 무료나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다.

• 무료 이용 기준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한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지하철로 이어진 첫 이동". ©하석미
숙박시설

• 숙소: 홀리데이 인 칭다오 시티센터

• 주소: No.1 Xuzhou Road, Qingdao, Shandong, China

• 예약할 때 장애인 객실 여부와 출입구 폭, 침대 주변 공간, 욕실 단차, 안전손잡이 등을 확인한다.


"홀리데이 인 칭다오 시티센터의 객실과 욕실". ©하석미
오사광장

• 광장과 해안 산책로 바닥이 비교적 평탄해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렵지 않았다.

• 밤에는 해안의 여러 고층 건물이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지는 미디어 파사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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