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형성부전증 학생에게는 너무 높은 학교 문턱
골형성부전증(Osteogenesis Imperfecta)은 유전적 원인으로 뼈를 이루는 콜라겐에 이상이 생겨 뼈가 쉽게 부러지는 희귀질환이다.
반복되는 골절과 성장의 영향으로 키가 작은 경우가 많으며, 장애 정도에 따라 이동이나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질환 자체만은 아니다.
학생의 몸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학교 환경이 또 다른 장벽이 되기도 한다.
"학교에 가는 것이 힘든 이유가 공부 때문이냐"는 질문에 한 골형성부전증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공부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학교가 너무 높아요."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의 하루를 따라가 보니 그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스쿨버스에서 내린 뒤 교실까지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다른 학생들은 몇 분 만에 지나가는 거리였지만,
학생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과제였다.
작은 체구에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일은 매일 반복되는 부담이었다.
교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리는 날도 있었다.
학교에 들어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물함은 너무 높아 윗칸에 손이 닿지 않았고, 세면대는 발끝을 세워야 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급식실에서는 식판을 들고 이동하는 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화장실도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변기와 손잡이의 높이가 몸에 맞지 않아 혼자 이용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고,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쉬는 시간과 체육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운동장에 설치된 놀이기구는 대부분 평균적인 신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계단을 오르거나 높은 발판을 디뎌야 하는 놀이기구는 이용 자체가 어려웠고, 미끄럼틀이나 정글짐처럼 넘어질 위험이 있는 시설은
골절 위험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친구들이 함께 뛰어놀고 놀이기구를 타며 어울리는 동안 학생은 옆에서 바라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놀이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경험은 또 다른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분명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학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물함, 세면대, 화장실, 급식실, 긴 이동 동선은 여전히 평균적인 학생의 신체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운동장과 놀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학생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편이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물함의 물건을 꺼내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하고,
높은 곳의 물건을 내려 달라고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무거운 가방을 들어 달라고 말하는 일이 반복되면 학생은 점점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놀이시간에도 친구들과 함께 놀기보다 지켜보는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의 기회도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부탁하기보다 포기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장애는 몸의 불편에서 끝나지 않고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골형성부전증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교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첫째, 학교는 시설이 아니라 학생의 하루를 기준으로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 스쿨버스에서 내려 교실에 도착하기까지, 화장실을 이용하고 급식을 먹고
특별실로 이동하는 과정은 물론 쉬는 시간에 운동장과 놀이터를 이용하는 과정까지 직접 살펴보아야 한다.
학생이 가장 많이 걷는 길,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공간에서 무엇이 불편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환경 개선의 출발점이다.
둘째, 학교 시설은 평균적인 학생의 신체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과 세면대, 손이 닿기 쉬운 사물함,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 특성과 장애 특성을 고려한 놀이터와 놀이시설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특정 학생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방법이다.
셋째, 학교는 "도움을 주는 학교"를 넘어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학생이 매번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친구와 교사, 학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학생도 위축되지 않고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체육활동과 놀이시간에도 장애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환경 개선은 시설 점검표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교는 학생에게 "무엇이 불편하니?"라고 묻는 데서 그치지 말고
"학교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니?"라고 물어야 한다. 그 답 속에는 교실뿐 아니라 급식실, 화장실, 운동장, 놀이터 등
학생의 일상 전반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골형성부전증 학생이 힘든 이유를 질환이나 작은 체구에서 찾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어려움의 상당수는 학교 환경에서 비롯된다. 학생의 키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학교의 높이는 바꿀 수 있다.
골형성부전증 학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학교가 조금 더 낮아지는 일이다.
교실과 복도, 급식실과 화장실, 운동장과 놀이터까지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교를 다시 설계할 때,
비로소 학교는 누구에게나 배우고 성장하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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